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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이 한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를 최소 12대에서 최대 20대 규모로 도입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다만 아직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필리핀 현지에서 엠바고가 터졌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서 직접 언론 보도와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발표를 하나씩 대조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갑자기 터진 특종이라기보다 2년 가까이 쌓여온 협상이 임계점에 가까워진 쪽에 더 가깝다.
필리핀 KF-21 도입, 지금 어디까지 왔나

필리핀은 KF-21을 아직 확정 구매한 것이 아니다. 2026년 6월 말 기준으로도 최종 계약 서명은 이뤄지지 않았고, 필리핀 국방부와 KAI가 전투기 규모·금융지원·현지 정비시설(MRO)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필리핀 측이 요청한 기체 인도 시기는 2027년에서 2029년 사이다.
이 흐름을 처음부터 쭉 따라가 보면 생각보다 오래됐다. 2024년 7월 말 필리핀군이 KAI에 정보제공요청서(RFI)를 보낸 게 시작이었고, 2025년 6월에는 기존 FA-50 12대에 이어 업그레이드형 FA-50 12대를 추가로 계약했다. 이어 2025년 10월 ADEX(서울 국제 항공우주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협상이 본격화됐고, 12월에는 KAI가 처음으로 “필리핀과 KF-21을 협상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그러니까 지금 나오는 이야기는 새로운 사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온 협상이 구체화되는 과정으로 보는 게 맞다.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은 아직 이 건에 대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방사청이 통상 사업 확정 전에는 언급을 자제하는 편이라, 이 부분은 필리핀 쪽 보도가 한국보다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최소 12대 최대 20대”라는 수치, 어디서 나왔나

KAI가 밝힌 최소 소요 전력의 근거
KAI 관계자는 필리핀스타와의 인터뷰에서 필리핀의 방공식별구역(ADIZ)을 방어하려면 최소 FA-50 40대와 KF-21 20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20대는 필리핀이 확정한 주문량이 아니라, KAI가 산정한 이론적 최소 필요 전력에 가깝다.
보도마다 대수가 엇갈리는 이유
실제로는 매체마다 12대, 20대, 또는 F-16V와 나눠 12대씩이라는 식으로 숫자가 조금씩 다르게 나온다. 필리핀은 다목적전투기(MRF) 사업 자체를 40대 규모로 잡아놓고, KF-21과 F-16V로 물량을 나눌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예산이 여러 사업(FA-50 2차분, KF-21, F-16V)으로 쪼개져야 하는 필리핀 재정 상황을 생각하면, 20대를 한 번에 다 채우기보다는 12대 안팎에서 시작해 늘려가는 그림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이건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개인적인 판단이다.
20대 계약이 아직 아닌 이유 — 재원 마련이 먼저다

이 부분이 이번 글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필리핀이 KF-21을 사려면 전투기 대금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다. 필리핀 상원의원 JV 에헤르시토와 로렌 레가르다는 대형 방산사업에 외국 차관을 쓸 수 있게 허용하는 법안(SBN 1845, SRN 161)을 발의해 2026년 안에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동시에 필리핀 국방부는 차입 한도를 규정한 대통령령 415호 개정 작업도 병행 중이다.
왜 이게 중요하냐면, 필리핀이 검토 중인 패키지가 KF-21 전투기뿐 아니라 조기경보통제기(AWACS)와 공중급유기까지 묶여 있어서다. 이 정도 규모면 수십억 달러 단위 사업이 되는데, 필리핀 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한국 수출입은행 같은 금융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계약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그러니까 지금 필리핀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 “전투기를 고르는 협상”이 아니라 “돈줄을 여는 입법 작업”에 더 가깝다. 이 법이 언제 통과되느냐가 실질적으로 계약 시점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KF-21 vs F-16V, 필리핀은 왜 고민하나

필리핀 차기 전투기 사업에는 KF-21 외에도 F-16V, 스웨덴 그리펜, 프랑스 라팔, 유로파이터 타이푼까지 여러 기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중 실질적인 경쟁자는 미국 F-16V와 KF-21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 기종 | 대당 가격(추정) | 엔진 | 비고 |
|---|---|---|---|
| KF-21 보라매 | 약 1.1억 달러 | 쌍발(GE F414, 미국제) | 준스텔스, AESA 레이더 탑재 |
| F-16V | 약 8,500만~2억 달러(보도 편차 있음) | 단발 | 운용국 많아 부품 조달 안정적 |
| 라팔 | 약 2.25억 달러 | 쌍발 | 고성능이나 고가 |
| F-35A | 약 2억 달러 | 단발 | 5세대지만 운영비 부담 큼 |
가격은 KF-21이 F-35나 라팔의 절반 수준으로 확실히 저렴하다. 다만 F-16V보다도 저렴한지는 보도마다 편차가 커서 단정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건 엔진 구성 차이다. KF-21과 라팔은 쌍발 엔진, F-16V와 F-35는 단발 엔진인데, 필리핀처럼 섬이 많고 해상 작전 비중이 큰 나라는 엔진 하나가 멈춰도 귀환 가능성이 높은 쌍발 기체를 선호할 여지가 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운용 환경상의 장점이지, 필리핀이 실제로 이 이유만으로 KF-21을 택할 거라 단정할 근거는 아니다.
필리핀은 이미 FA-50 경공격기를 12대 넘게 운용하며 한국산 기체에 대한 신뢰를 쌓아온 상태라, 조종사 전환훈련이나 정비 인프라 측면에서 KF-21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림도 무시할 수 없다. (관련 글: 필리핀 FA-50 추가 도입 계약 정리)
필리핀의 속도가 인도네시아를 자극했다

여기서부터는 원본 영상에는 없던 내용인데, 취재하다 보니 흥미로운 지점을 하나 발견했다. 인도네시아는 KF-21 공동개발 파트너(지분 20%)로 참여해왔지만, 분담금 미납이 반복되면서 신뢰 문제가 불거졌고 2026년 6월에는 공동생산 대신 직접구매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2026년 6월 29일, 인도네시아가 KF-21 블록2 16대 구매 협상을 서둘러 재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유가 눈길을 끄는데, 필리핀에게 생산 순번을 빼앗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필리핀의 협상 진전이 인도네시아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두 나라가 같은 생산 라인의 순번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런 각도는 필리핀 단독 기사만 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다.
내 생각엔 이렇다 — 전망과 남은 변수

정리하면, 필리핀 KF-21 도입은 “확정된 20대 계약”이 아니라 “최소 12대에서 최대 20대 사이, 재원 마련 절차가 먼저 끝나야 하는 협상”이다. 개인적으로는 필리핀 상원의 외국 차관 허용 법안이 언제 통과되느냐가 실제 계약 시점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본다. 법안이 늦어지면 아무리 협상이 무르익어도 서명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 글을 준비하며 확인이 안 된 부분도 분명히 있다. 국내 일각에서는 캐나다 잠수함 12척 수주 결과가 나온 뒤에 방사청이 필리핀 건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이건 공식 출처로 뒷받침되지 않는 추측성 이야기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예천 비행단에 미티어 미사일이 9월 말 인도된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확인이 필요한 항목이다. 확정된 것과 아직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보는 게 이런 방산 뉴스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주 묻는 질문
필리핀은 KF-21을 몇 대 도입하나
확정된 숫자는 없다. KAI는 필리핀 방공식별구역 방어에 최소 20대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실제 협상에서는 예산 사정에 따라 12대 안팎에서 시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계약은 언제 서명되나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필리핀 측이 요청한 기체 인도 시기는 2027~2029년이며, 계약 서명 자체는 외국 차관 허용 법안 통과 등 재정 절차가 먼저 정리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왜 한국 방위사업청은 이 소식을 발표하지 않았나
방사청은 통상 사업이 확정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공식 언급을 자제하는 편이다. 지금까지 나온 소식은 대부분 필리핀 현지 언론과 KAI 관계자 발언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KF-21과 F-16V 중 어느 쪽이 유력한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두 기종이 물량을 나눠 도입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어, 필리핀이 반드시 한 기종만 선택할 것이라 단정하기는 이르다.
필리핀 KF-21 도입이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필리핀의 협상 진전이 부담으로 작용해, 인도네시아가 2026년 6월 말 KF-21 블록2 16대 구매 협상을 서둘러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